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하고,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 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이 있었고 지음도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 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 두고,
모든 좋은 일은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쁜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 평생이다.
- 박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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