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따위는 잊어버려라.
어디에 있는 고요히 앉아 바람이
내 정맥 속에서 노래 부르는 소리에 귀 기울여라.
- John Welwood
처음부터 난 간절하게 시인을 꿈꿨다.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처럼 시인이라는 목표를
마음에 새겼다.
하지만 꼭대기에 올라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에
다시 다음 언덕을 올라야 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힘들게 언덕을 오르지 않아도 난 이미 시인이라는 것을.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미치도록 사랑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언덕을 오르듯 여러 관계를 경험한 후,
내가 이미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혜를 찾아 여러 곳을 여행하고 많은 공부를 했다.
그러다 암으로 병상에 누워 있을 때 불현듯 깨달았다.
내가 이미 지혜로운 사람임을.
단지 내 지혜의 언어를 몰랐을 뿐임을.
나는 이제 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날들을 용감하게 살아갈 때,
우리의 정맥 속에서 바람이 노래 부르는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이 모든 모습이 우리 안에서 살아날 것임을,
사랑과 지혜의 씨앗들을 간직하고 있으면
세월이 우리를 싹 틔워줄 것임을.
- 마크 네포 저,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