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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산의 세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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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해군성(解裙聲)’
작성자 유석산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21-03-09 11: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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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8




해군성(解裙聲), 여인의 치마 벗는 소리라고 한다.

 

30년을 벽만 쳐다보고 도를 닦은 스님이 계셨다. 

황진이(黃眞伊)는 자신의 여자 됨의 매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비오는 어느 날, 황진이는 절집으로 스님을 찾아가 이 깊은 밤 산속에서 갈 데가 없으니 

하룻밤 재워 달라고 애원한다. 

 

비에 젖은 여인의 모습은 선정적이다. 거기에 남자에게는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키는 

가련함이 더해 이런 유혹을 떨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닐 것이다.

그러나 스님은 너무나 담담하게 그러라고 승낙한다.

 

이미 도의 경지에 있었던 터라 여인과 한방에 있다가 유혹을 해도 파계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산사(山寺)의 방에는 희미한 촛불만 타고 있었다. 돌아 앉아 벽을 보고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스님의 등 뒤에서 여인은 조용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해군성(解裙聲)' 벗을해(解),치마군(裙),소리성(聲) 

 

희미한 어둠 속에서 여인의 치마 벗는 소리만큼 아름다운 소리가 또 있으랴?

30년 스님의 수도는 이 소리에 한 순간 무너지고 만다.

물론 당시 성리학자들이 불교를 폄하하기 위해 만들어 낸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옛 시인 

묵객들은 해군성(解裙聲)을 '들려오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인정하고 있다.

 

조선 효종때 홍만종의 명엽지해(蓂葉志諧)에 소리의 품격을 따지는데,

 

달빛을 가리고 지나가는 구름의 소리(鄭澈), 

단풍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沈喜壽),

산골 마을 초당에서 도련님의 시 읊는 소리(李廷龜) 

새벽 잠결에 들리는 아내의 술 거르는 소리(柳成龍),

그러나 단연 으뜸은 오성대감 이항복(李恒福)의 '깊은 골방 안 그윽한 밤에 아름다운 

여인의 치마 벗는 소리'였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김광균의 시 설야(雪夜)에서, '첫눈'을 '머언 곳에 女人의 

옷 벗는 소리'로 비유하고 있다. 깊은 밤에 눈 내리는 소리가 시인에게 마치 어둠 

속에서 치마끈을 풀어 치맛자락이 사르르 흘러 내릴 때의 신비롭고 매혹적인 소리처럼 

들린 것이다 

 

조선 시대, 우연히 어느 벼슬 아치의 환송 회식에 참석한 정철과 유성룡, 이항복, 심희수 

그리고 이정구 등 학문과 직위가 쟁쟁한 다섯대신들이 한창 잔을 돌리면서 흥을 

돋우다가 '들려오는 가장 아름다운소리'라는 시제를 가지고 시 한 구절 씩을 읊어 흥을 

돋우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각자 이런 시를 읊었다.

 

淸宵朗月 樓頭雲聲

(청소낭월 누두알운성) -정철(松江) 

맑은 밤 밝은 달빛이 누각 머리를 비추는데, 달빛을 가리고 지나가는 구름의 소리,

 

滿山紅樹 風前遠岫聲

(만산홍수 풍전원수성) - 심희수(一松)

온 산 가득 찬 붉은 단풍에, 먼 산 동굴 앞을 스쳐서 불어 가는 바람 소리,

 

曉窓睡餘 小槽酒滴聲

(효창수여 소조주적성) - 유성룡(西崖) 

새벽 창 잠결에 들리는, 작은 통에 아내가 술을 거르는 그 즐거운 소리,

 

山間草堂 才子詠詩聲

(산간초당 재자영시성) - 이정구(月沙) 

산골 마을 초당에서 도련님의 시 읊는 소리,

 

洞房良宵 佳人解裙聲

(동방양소 가인해군성) - 이항복(白沙)

깊숙한 골방 안 그윽한 밤에, 아름다운 여인의 치마 벗는 소리

 

이 날 저녁! 그 자리에 모인 모두는 오성대감 이항복의 '여인의 치마 벗는 소리'가 제일 

압권이라고 입을 모으고 칭찬했다.

당대에 내로라 하는 대학자요 문장가요 정사를 좌지우지하는 정치가였지만 그들이 

아무리 유학의 궤범에 얽매여 살아간다 할지라도 인간의 본성에 치열하다 보니 어찌 

일개 장삼이사(張三李四)나 무엇이 다르랴? 

 

음란스럽기 보다는 얼마나 그윽한 정감과 함부로 흉내내기 어려운 멋으로 다가오는가?

이들의 풍류와 해학과 멋! 정말 한 시대를 풍미하고도 남기에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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